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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회계학]감가상각 이야기

[회계학]감가상각 이야기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회계학의 개념 중 하나인 감가상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은 회계학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흔히 “이 차는 감가상각이 심해서 중고가가 안나와.”라거나 “이 건물은 심하게 낡아서 감가상각이 많이 됐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쉽게 말해 감가상각을 “가치의 감소”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경제학에서는 감가상각을 자산의 가치감소분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의 인식과 같이 말이죠. 이러한 관점에서는 자동차나 건물 등의 자산의 중고가 하락을 감가상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계학에서 말하는 감가상각은 위에서 설명한 것이나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는 조금 다릅니다. 회계학의 감가상각은 “취득 자산의 원가를 기간별로 배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뭔가 쓸데 없이 어려운 말 같아 보이죠? 이제 이게 무슨 뜻인지, 회계가 말하는 감가상각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2014년도 재무제표에서 손익계산서에 감가상각비로 6,700억원을 계상했습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뚝뚝 떨어져서 이 많은 비용이 발생한 것일까요? 멀쩡한 회사의 자산이 매년 7천억원씩 깎여 나가는게 정상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이 글 말미에서는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일전에 제가 올렸던 글에서도 설명을 했지만, 회계에서 정의하는 자산을 쉽게 설명하자면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경제적 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하더라도 우리가 ‘자산’이라고 인식하는 것들은 보통 하루아침에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장기간 사용하거나 보유하는 것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구매’라는 활동은 그 물건을 살 때, 단발성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간단히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회사는 10억원짜리 기계장치를 구입해서 가동하면 10년간 매년 3억원씩 돈을 벌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제 이 회사의 현금흐름, 즉 현금이 나가고 들어오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기계를 구입한 첫해, 회사는 10억원의 현금을 구입대금으로 지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 1년동안 기계를 돌려 3억원의 돈을 벌었지요. 현금으로 따져본 첫해의 손익은 -7억원입니다. 그러면 둘째해부터는 어떻게 될까요? 기계의 구입대금은 이미 지불했고, 현금을 추가로 지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기계를 돌리면 3억원이 들어옵니다. 둘째 해부터는 매년 3억원의 이익이 나게됩니다. 

 

 

이렇게 현금흐름에 따라 손익을 따지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더 익숙할지 모릅니다. 사실 현금주의가 더 상식에 가까운 개념이지요. 하지만 회계가 바라볼 땐, 이렇게 손익이 나타나는 것은 어쩐지 불합리하다고 보입니다. 회사가 매년 기계를 돌리는 것은 똑같은데, 첫해에는 기계를 구입하느라 돈을 썼다고 그 해의 영업활동이 적자로 나타납니다. 현금흐름으로만 회사에 성적을 매긴다면 적자를 봤으니 낙제입니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그 기계장치를 돌려 구입대금 10억원을 회수하고도 추가로 20억원이라는 돈을 더 벌어들일 수 있으니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됩니다. 그러나 첫 해만 놓고 따지면 적자이니 기간 별로 손익을 따지는 회계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계는 매년 손익을 계산해서 주주들에게 검사도 받고, 성적도 매기니 말이죠.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발생주의라는 개념입니다. 발생주의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회계적 손익을 현금의 흐름과 분리해낸 개념입니다. 손익을 현금의 유출입과는 별개로, 회계적 기간에 맞추어 거래라는 사건의 발생 시점에 따라 그 귀속을 따져보기 위한 것입니다.

현금이 오가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수익이 있고 비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바로 외상거래가 발생주의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12월에 물건을 외상으로 판매하고 대금은 다음달에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매출이라는 사건은 12월에 일어나고 현금은 그 다음 해인 1월에 들어오게 됩니다. 고작 한 달 새지만 그 사이에 해가 바뀌었습니다. 그럼 회사가 물건을 팔아 돈을 번 것은 언제일까요? 현금주의라면 현금을 건네받은 그 다음 해 1월이 됩니다. 하지만 발생주의 개념에 따르면 물건을 판매한 매출이라는 거래의 발생은 12월이기 때문에 그 해 12월의 손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까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마트에서 신용카드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일시불로 물건을 사면 카드값은 결제일 다음 달에 청구가 되죠. 현금주의 개념에 따르면 물건을 구입하면서 비용을 지출한 시점은 현금이 나가는 카드 대금 청구일에 귀속이 됩니다. 하지만 발생주의 개념으로 본다면 마트에서 카드를 긁은 그 결제일에 귀속이 된다는 것입니다. 

더 직관적인 사례를 들어볼까요? 매년 연초가 되면 헬스클럽 12개월치를 한번에 등록하면 매우 저렴하게 해준다는 전단 많이 보셨죠? 만약 1월달에 1년치 회원료를 지불하고 이용한다면 2월부터는 헬스클럽을 공짜로 이용하는걸까요? 1월달에 12달치 이용료를 미리 지불한 것이지 2월부터는 공짜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요. 1월에 미리 낸 회원료를 12달로 나누어 매달 비용으로 인식하는 개념이 바로 발생주의 개념입니다.

 

 

어찌보면 발생주의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복식 부기와 함께 회계학의 뿌리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감가상각도 마찬가지로 발생주의에서 태어난 개념입니다.

 

 

다시 10억원짜리 기계장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회계의 눈으로 바라볼 때 기계장치의 구입 비용을 발생주의에 맞춰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러면 그 비용을 어떻게 나눠서 배분해야 할까요? 기계가 10년 동안 돈을 벌어다 주니 10년간 나누어 소위 뿜빠이 해주는 것이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나온 개념이 바로 감가상각이라는 비용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경제적 효익을 발생시키는 자산의 원가를 합리적인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즉, 기계장치의 구입대금인 10억원을 첫해에 몽땅 비용으로 넣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나누어 매년 1억원씩 비용으로 잡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첫해에도 손익은 2억원이 되고 마지막해까지 손익은 2억씩 고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감가상각의 개념이자 감가상각을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감가상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앞서 감가상각을 통해 비용을 여러 기간 동안 나누어 인식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억원짜리 기계를 구매하는 구매계약이라는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딱 한번입니다. 대금을 외상으로 하거나 할부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 등과는 관계 없이 구매라는 거래행위는 한번만 발생합니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나누어 인식할까요? 먼저 구매한 기계장치는 자산으로 인식을 합니다. 당연하게도 기계장치는 회사가 영업활동을 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경제적 자원이기 때문에 자산으로 인식합니다. 기계를 구입하는 거래에서는 ‘현금'이라는 자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기계장치'라는 자산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자산이 다른 자산으로 바뀌는 것일 뿐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우선 자산으로 인식한 경제적 자원을 비용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바로 감가상각이라고 말하고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을 ‘감가상각비'라고 합니다.

10억원짜리 기계장치로 계속 설명을 하겠습니다. 기계를 구입한 회사의 장부에는 기계장치 10억원이 자산으로 적혀있습니다. 이 자산을 감가상각비로 바꾸어나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고려해야할 요소가 있습니다. 먼저 이 자산을 얼마의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연수", 그리고 그 기간이 모두 지나고 난 후 그 자산의 가치가 얼마일지에 대한 “잔존가치”, 마지막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감가상각비를 계산할지에 대한 “감가상각방법" 등을 파악하고 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하여 감가상각비를 인식해야합니다. 

우리는 먼저 기계장치를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따라서 “내용연수"도 ‘10년’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설명의 편의를 위해 “잔존가치”는 ‘0’, “감가상각방법"은 ‘정액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가정하면 감가상각비는 매년 1억원씩 10년간 인식하게 됩니다. 감가상각비를 1억원 인식하게 되면 회사의 장부상 기계장치의 가액은 10억원에서 1억원 줄어든 9억원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줄어든 1억원만큼 비용으로 인식하게 되고요. 그 다음해에도 감가상각비는 1억원이 생기고 마찬가지고 자산은 1억원 줄어들어 8억원이 됩니다. 이렇게 10년동안 매년 1억원씩 자산이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으로 바뀌어 가면서 결국 자산의 모든 금액은 싸그리 비용으로 변환되면서 소멸하게 됩니다.

 

 

이렇게보면 회계의 감가상각이라는게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자산의 가치감소를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후자는 제3자가 바라보는 내 자산의 가치 감소를 인식하는겁니다. 흔히 중고시장에서의 가격을 기준으로 파악하곤하죠. 하지만 전자는 누가 내 자산이 얼마짜리라고 하던지 상관 없이 기간에 맞춰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을 인식하기 위하여 장부상의 가액을 깎아 내리는 과정입니다. 

 

 

강남의 은마아파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건물도 기계나 자동차 등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비를 인식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계장부 속 은마아파트의 금액은 매년 감가상각으로 깎여나가게 됩니다. 은마아파트가 지어진지 30년이 넘었으니 아마도 어떤 회사가 은마아파트를 분양 시점에 취득해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면 장부상의 금액은 아마 ‘0’에 가까울겁니다. 하지만 제3자가 바라보는 은마아파트의 가치는 지난 세월동안 어마어마하게 올랐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산의 가치와는 별개로 회계에서 인식하는 감가상각은 자산의 금액은 계속 줄여나가기만 합니다.

 

 

감가상각로 자산의 장부금액을 줄여나가면서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은 다른, 일반적인 비용들과 달리 재미있는 특징을 하나 가집니다. 바로 현금의 유출이 없는 비용이라는 겁니다. 다시말해 감가상각비가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회사의 금고에서는 땡전 한푼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감가상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장부상 금액을 깎아내는 것 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감가상각을 자산의 가치감소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회계학의 감가상각은 자산으로 장부에 올렸던 금액을 매년 비용으로 바꾸어 떨어나가는 과정입니다. 글 머리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회계학의 감가상각은 “취득 자산의 원가를 기간별로 배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제 이 말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이 글을 읽고서 감가상각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씻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원문 http://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lecture&wr_id=301774&page=2